세상에나... 바쁜 일상에 치여 블로그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요. 미안한 마음 1/3, 황당함 1/3,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 1/3 정도 듭니다. 지금보다 더 바빴던 것 같은 포닥 시절에는, 교수가 되고 나면 좀 여유가 생길줄 알았고,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잡 잡으면 많이 놀아줄게' 라며 약속도 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군요.
2024년 11월 15일입니다. 금요일인 오늘, 갑자기 오래된 iMac 컴퓨터 정보가 필요해서 해당 글(https://bioholic.tistory.com/10)을 찾다보니 제 블로그가 생각났고 오랜만에 로그인도 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준비 해야되는데 하기 싫어서 이렇게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도 눌러보게 되네요.
뉴이어가 시작된게 아직도 엊그제 같은데 (이 정도면 기억력에 문제가...?), 시간은 야속하게 빨리 흘러서 이제 다다음주면 땡스기빙이고, 그럼 또 연말이 되고 곧 2025년이 되겠지요. 어제는 재희 생일이었는데, 아침엔 렌트카 반납하고 딜러에 가서 쏘나타 찾아오느라 정신없었고, 오전엔 수업이 있었으며, 오후엔 암센터에서 발표가 있어서 발표 준비하고 발표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자마자 아이들 픽업해서 재희 생일 파티겸 저녁을 먹고 오니 또 잘 시간이 다 되었지요.
2017년 모델인 쏘나타가 작년부터 말썽입니다. 약 6만 마일 탔을 때부터, 엔진오일이 빨리 소모되는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1년 가량 저 혼자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별효과가 없었고, 결국 딜러쉽에 가서 컴플레인을 하고 현재는 엔진 이상 유무를 테스트 중입니다. 현대/기아 차에서 꽤나 잘 알려진 문제였고, 제 차도 여지없이 그 희생양이 되었네요. 엔진오일이 기준치 (1천 마일당 1쿼트) 보다 많이 소모되는지 테스트 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엔진 교체와 같은 원런티 수리 대상이 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냥 타야됩니다. 이 테스트를 위해서 저는 이번주에 $1,100을 주고 연소실 청소를 했으며, 3일간 렌트카를 빌려타느라 또 $111을 썼답니다.
저는 강의 부담이 많지 않은 편인데, 가을학기에 두 과목 강의가 있습니다. 그래봤자 한 과목당 2-3번 수업이므로 큰 부담은 아니지만, 그래도 강의가 있는 주간은 정신없이 바쁘긴 합니다. 강의준비, 강의, 시험 채점 등... 이번주에 한 과목 끝냈고, 12월 첫째주에 또다른 한 과목 강의가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내년 봄학기 부터입니다. 이제 임용된지 4년이 넘었고, 어느정도 연구도 자리를 잡은거 같으니깐, 강의 부담이 늘어나네요!? 내년 봄학기부터는 면역학 수업에서 또 1주일 분량을 맡아서 강의해야되고, 나아가 암생물학은 아예 제가 전체 코스 디렉터가 되었습니다. 디렉터는 거의 한 학기 내내 그 과목을 거의 다 도맡아서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부지런히 팀 티칭할 동료 교수들을 섭외해야됩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ㅠ
내일은 재희가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는 날입니다.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간다고 하는데, 낮에는 생일파티 지원을 해야되고, 저녁엔 우리 학교 한국인 교수님들 모임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 여러차례 모임이 있었는데 저는 매번 시간이 안맞아서 한번도 참석을 못했는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시간이 되네요. 과연 어떤 분들을 만나뵙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일요일 새벽에는 학회차 보스턴으로 떠납니다. 제 연구분야와 매우 밀접한 학회인지라, 공동연구자들을 만날 수도 있고, 배울 내용도 많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화요일에 교내에서 발표 하나가 있고, 주치의와 정기검진 약속이 있고, 수요일에는 모아나2가 개봉하고, 아이들과 극장에 갈 예정입니다. 그러고나면 땡스기빙 연휴여서, 가족들 보러 덴버에 올라갈 예정이고요. 덴버에 다녀오면 12월 첫째주라서 3개의 강의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의 끝내고 내면 계속 미뤄지고 있는 논문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되겠지요. 올해엔 꼭 서브밋 하고 싶었는데, 보아하니 내년으로 또 미뤄지겠네요.
매번 쌓여있는 일들을 급한 것부터 겨우겨우 해치우며 살다보니, 조금은 여유로웠던 것 같은 20대가 생각납니다. 대학생이었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그 때는 내가 내 시간의 주인이었던 것도 같은데, (물론 제 기억이 미화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은 제가 끌려다니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의 이런 마음을 AI가 읽었는지 최근에 인스타그램인가 페이스북에선가 봤던 내용이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움" 과 "기다림". 기술의 발달 덕분에 옛날 사진도 쉽게 다시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 사진이 동영상으로 복원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내가 했던 말과 글들은 온라인에 박제되어있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이제 옛날을 그리워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5G/LTE 통신은 기다림조차 뺏어간 것 같습니다. 정말로 1998년에는 강남역 지오다노 앞에서 그냥 순전히 친구를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기다리면서 온전히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는 시간조차 스마트폰에 빠져있으니, 기다림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참 그립습니다. (테뉴어 받으면 나아지려나? 아니야, 산넘어 똥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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